S군에게 ; 친구는 꼬옥 필요한 걸까요- by 水蓮오늘의 일기 테마는 친구~
돼지고기덮밥 먹다가 번뜩여서 30분만에 찌끄리는 글~
뭔가 좀 문학적 자위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뭔가 배출하는 게 있으니 제로보다는 낫겠지염.
한국에선... 난 딱히 친구를 사귀는데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어딜가던, 무슨 일을 하건 친구란 건 저절로 생겨나는 거였고 딱히 친구를 사귀기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었고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쭈욱.
그래도 친구는 꾸준히 생겼고 친구 관리할 생각도 없어서 중학교 졸업하고 얼굴 안 마주치면 그걸로 끝이었고
심지어 반 바뀌면 얼굴 잊어먹기는 다반사. 그래도 친구는 계속 생겼기에(많건 적건), 반 바뀌면 바뀐 반 애랑 놀고
학년 올라가면 같은 반 된 애랑 놀았다. 대학교 다닌 시간이 아무리 짧았어도 그중에서 평생을 같이할 만한 친구도 몇 사귀었다.
어머님께서 친구 원익이랑 채범이 그렇게 연락 좀 하고 살라고 해도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 했다.
내가 좀 심하게 고잉 마이 웨이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친구없이 혼자 있을 때도 외로움이라곤 느껴본적이 없으며,
가장 큰 이유는 고1때쯤 받은 컬처 쇼크였다. 일명 서브컬처라고도 하는 하위문화. 판타지소설무협소설게임만화애니메이션
대하소설수필영화드라마코미디방송 그외 등등. 그것들을 접하면서 무의식중에 '아, 친구 없이도 살겠구나'라고 느껴버린 거 같다.
그렇게 고교 3년 살면서 친구는 저절로 생기지,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지, 등등의 복합적 이유로 굉장히 애매한 삶을 살았다.
친구가 아주 없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많지도 않고 자주 같이 놀러다니지도 않고.
대학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과에서 심하게 아싸(아웃사이더. 왕따와 비슷한 개념)까진 아닌데 그렇다고 친구 많이 만나고
다니냐 그것도 아니고. 그러고도 친한 친구들은 생겼고. 서브컬처는 여전히 좋아하고.
그렇게 지내다가, 대학 문제로 한국을 박차고 바다를 건너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일본은 한국과 꽤나 달랐다. 서브컬처로 따지자며 한국보다 단연 일본. 거기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다보니
나는 어느새 주변에 친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화 걸어서 부탁할 사람은 있지만 휴일에 같이 만나고
그런 접점은 없는 상태. 조금 놀랐다.
일본 애들은 뭘 해도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 내가 유학생이라 그런 건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일본에선 안 먹히는 얼굴이었는지(그건 좀 아닌 거 같지만^^;;) 암튼 그랬다. 한국과는 다르다.
클럽도 들어 봤는데, 클럽에서 만나 부실에서 얘기 할 때는 자주 있지만 그뿐. 그밖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
차라리 한국 애들을 사귀려면 학기초에 만나고 그랬어야 했는데 시간이 하도 지나니깐 이건뭐 말 걸 건덕지도 없고.
그나마 기숙사도 다른데다 내가 먼저 말 걸지도 않았고.
그러다 보니깐 요새 내 생활은 어느샌가 하루의 2/3 정도가 혼자 있는 시간이 되었다. 호오.
하도 친구 사귀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더니, 나는 먼저 손을 내미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재밌는 현상이네 이거. 언제한번 한일 양국의 친구 사귀는 매커니즘에 대해 논문이라도...아 이건 사회과학부 상현이가 해야...
그래서 요새 이대로는 안 되지 않나~ 친구 사귀는 데 노력해야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웃기는 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일반통념-친구는 꼭 사귀어야 한다- 에 근거해서 행동하는 거지, 절실하게 친구가
필요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점. 난 아직까지 혼자서 있는 생활이 힘들지가 않다. 거 참......
남들 보기엔 문제가 있어야 할 상황인데 내가 못 느끼고 있으니 이걸 어쩐다냐. 흠좀무.
그냥 나 혼자서 지껄이는 글이라서 落ち(마무리) 는 없습니다. 읽어주신 그대 쌩유.